"베네수엘라 마두로 옥죄는 트럼프, 다음은 쿠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는 것은 남미의 반미정권들을 몰아내 남미를 친미 진영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차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네수엘라 사태는 남미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첫 번째 시도"라고 전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지난 22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날 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워싱턴의 입장을 전달했고, 과이도 의장은 이튿날 임시 대통령을 자임했다. 신문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첫 타겟이라면, 두 번째 타겟은 쿠바 정권이고 나아가 니카라과 정권까지 무너뜨리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를 '독재정권 트로이카'라고 칭하며 이들은 붕괴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쿠바 정권이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남미의 반미 정서를 퍼뜨리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쿠바 고립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며 50년 넘게 관계를 단절됐던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를 폐기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남미 전략을 이끌고 있는 모리시오 클래버-카로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남미 책임자는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 타도에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쿠바계 출신으로 쿠바 정권 비난에 앞장서온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리오 디아즈-발라트 하원의원이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 대표 좌파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원유를 무상 제공하고 쿠바는 그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의료진을 대거 보내고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기반인 군을 지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때문에 쿠바 정권을 몰아내려면 마두로 정권을 먼저 허물어야 한다는 판단에 첫 목표를 마두로 제거로 잡았고 조만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비롯해 쿠바 정권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반미정권을 축출한다는 것은 큰틀에서 보면 국제사회에서 이들을 비호하며 미국 뒷마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입지를 약화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전략에는 큰 위험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과이도 국회의장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실패하면 경제가 파탄난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더욱 악화돼 미국이 져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약 300만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처참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고국을 버리고 떠났는데 이들 대다수가 향하는 곳은 결국 미국 국경이다. 또한 마두로 정권이 살아남는다면 앞서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 구하기'에 성공하며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운 것처럼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